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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삶_lIfE

[퍼온글] 행복한 세입자가 되고싶어요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by 불꽃왕꿈틀이 2022. 1. 16.

, 엄마. 방금 월세 냈어. (...) 아니야 아직은 돈 조금 남아있어. 괜찮아. 끊어~”

 

 

오늘도 월세를 냈다. 매달 월세를 내는 날이면 한 달이 어찌도 이리 빨리 흐르는 건지 되돌아보게 된다. 시간이 느리게만 간다고 생각했는데 월세 내는 날은 꼬박꼬박 돌아온다. 월세를 내고 나면 이제 한 달 남짓은 생활이 빠듯하다. ‘주말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대학교를 다니기 위해서 여수에서 서울로 상경했다. 대학 생활을 하기 전에는 등록금이 가장 큰 문제이겠거니 했는데 실제로 살아보니 생활비가 가장 큰 문제였다. 주거비를 포함해 한 달에 못해도 70만원은 써야 하는 상황에서 생활비는 거의 등록금과 맞먹는다. 등록금은 국가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로 어떻게 손 쓸 수가 있었지만 당장의 생활비가 없어 쩔쩔매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

 

하지만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서울은 집값, 땅값이 비싸니 주거비를 위해 돈을 이렇게 많이 내는 건 어쩔 수 없다며, 문제의식을 품어보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터무니없이 비싼 주거비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민달팽이 유니온이었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2010년 연세대 총학생회에서 시작했다. 내가 만난 사람은 당시 총학생회 집행부였고 지금은 민달팽이 유니온에서 활동하고 있는 황서연 팀장. 총학생회 당시에는 학생회 사업의 일부로 진행한 민달팽이 활동이었고, 그 후에는 주거문제에 관련해서 지속적인 활동을 하기위해 민달팽이 유니온이 탄생하게 되었다. 그리고 2014 3, 민달팽이 유니온은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을 만들게 되었다.

 

 

 

민달팽이 유니온은 많이 알려져 있지만 주택협동조합은 2014 3월에 시작한 만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유니온이 주택협동조합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민달팽이 유니온은 시민단체잖아요. 그래서 정책제안이라든가 주거문제와 관련된 공약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감시하고 경고하는 역할을 많이 하죠. 그런데 유니온 활동을 하면서 어려움이 있었어요. 저희가 주거문제에 대한 정책적인 대안을 얘기하면 사례가 있느냐, 현실화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데 어떻게 도입하냐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직접 비영리 주거 모델을 실험해보기 위해서 주택협동조합을 만들게 된 거죠.”

 

 

 

민달팽이 유니온의 권지웅 대표가 창립대회에서 발언을 하고있다.

 

 

그러면 항상 정책제안을 할 때마다 장애물이 되는 실제 사례를 직접 만들어보기 위해서 주택협동조합을 만들게 된 것이군요. 협동조합 설립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협동조합마다 형태가 다 다른데 지금 현재는 협동조합 기본법밖에 없어요. 기본법 하나를 모든 산업에 다 적용해야 하는 거에요. 협동조합마다 활동하고 싶은 업종이나 주요하게 보는 관점이 다 다른데 협동조합 기본법에 맞춰서 틀을 짜야 하는거죠. 그래서 처음에 협동조합을 만드려고 했을 때 2번 정도 실패를 했어요. 저희가 인적, 물적 자원과 정보 없이 맨땅에 헤딩하다보니까 준비가 부족했던 측면도 있었죠. 하지만 협동조합 인가를 받는 자체는 그렇게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협동조합의 한계에 대해서 지적한 기사를 봤어요. 어떤 의미에서 지적했으며, 왜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협동조합을 만들기로 하신건가요?

 

 

저희는 협동조합의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었고 지금도 명확하다고 생각해요.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과 같은 협동조합에는 정부에서 땅을 빌려주거나 땅을 싸게 파는 것이 필수적이거든요. 다른 나라를 보면 협동조합 형식의 주거형태의 가치를 인정해서 토지를 싸게 해줘요. 예를 들어 부동산에서 나는 소득이 개인의 일신을 위해서 가는 게 아니라 다시 또 조합으로 환원되는 형식이거든요. 그러면 비영리 주거형태 자체만으로도 사회에 기여하는 효과가 있는 거죠. 그런데 서울은 일단 땅이 없어요. 협동조합을 한다고 해서 집값이나 땅값이 싸지는 게 굉장히 어려운 상태에요. 그게 우리나라에서 주거관련 협동조합을 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 이유에요. 지금도 땅이나 집을 싸게 사기는 어렵긴 하지만 이제 출발 단계이고 앞으로 조금씩 개선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주택협동조합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사회적 집짓기인데요. 직접 땅을 사고 건물을 짓는 모든 활동을 통해서 비영리 주거모델을 실현하는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자원이 많이 부족하죠. 조합이 자원이 굉장히 많으면 조합 차원에서 할 수가 있는데.. 그런데 지금과 같은 영리 목적의 집에 대해서 고민을 하거나 다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되게 많아요. 그런 분들이 협력적 차원에서 도와주신다면 도움을 마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럼 일단은 현실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실현해야겠네요. 비영리 주거모델을 실현하기 위해서 지금 계획하고 있거나 실행하고 있는 것이 있나요?

 

지금 계획은 저희가 건물을 통째로 임대해서 재임대하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2014 5월에 남가자동쪽에 2 1실 집 두 채를 임대계약을 했어요. 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같이 들어가서 살면서 자치규약이나 공동주거 모델 프로그램 같은 것들을 만들어 볼 계획이에요. 저희가 경험도 없고 제대로 된 프로그램이나 생활내규가 짜여 있지 않은데 사람들을 그냥 모집하기가 힘들잖아요. 그래서 7월에 처음으로 공급하고 11~12월 쯤에는 10명에서 12명 정도가 들어갈 수 있는 원룸을 또 빌리려고 해요.”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에서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에서 살면 어떤 이득이 있나요? 집세라든지, 생활이라든지.

 

 

보통 건물주들도 10~30%정도 공실을 생각해요. 공실은 빈 방을 의미하는데 건물주는 빈 방이 있으면 월세를 못 받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건물을 통째로 임대해서 조합원들에게 재임대를 하면 일단 건물주 입장에서는 공실로 인한 비용이 없어지죠. 또 집을 계약하기 위해서는 공인중개사를 통해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 측에서 중개를 하는 입장이니까 공인중개사 수수료도 줄어들죠. 세입자 입장에서는 관리비가 많이 줄어들어요. 저희가 제공하는 주택은 공동관리를 하려고 하니까요. 그렇게 되면 시가의 75%까지 집세를 낮출 수 있어요. 거기에다 저희의 운영비라든가 장기적으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데에 대비해서 예비비까지 하면 시세의 80~85%까지 낮춰서 주택을 공급할 수 있어요.

또 지금도 보통 대학생들이나 청년들을 보면 방값을 아끼기 위해서 룸메이트를 구해서 같이 사는 경우가 많잖아요. 다들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살고 있는데, 같이 사는 관계는 개인적 친밀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쉽게 깨질 수밖에 없잖아요. 이런 측면에 대해서 협동조합 차원에서 교육이나 프로그램들이 구성이 되면 꼭 친하지 않더라도 같이 모여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저희가 추구하는 공공임대주택이 하나의 모델로 자리 잡으면 조합원들이 순환되어서 살 수 있으니까 앞서 얘기한 것처럼 공실율도 많이 줄일 수 있고요. 그렇게 계속해서 하다 보면 집값을 점점 더 낮춰서 공급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에서 공급하는 집에서 살고 싶다면 먼저 조합원이 되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알아보니까 6구좌 이상(1구좌=50000)을 내야 집에 우선적으로 들어갈 수 있는 우선권을 가질 수 있게 되더라구요. 당장 내는 집세도 빠듯한 사람들이 많을 텐데 출자금이 이렇게 비싸면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이 부담을 가지지 않을까요?

 

 

사실 출자금의 목적은 그 돈으로 주택이나 토지를 구입하려는 거였어요. 그런데 30만원으로는 택도 없다고 생각해요. 출자금이 비싸게 보인다면 보일 수 있지만 나눠서 낼 수도 있는 거고, 주택협동조합의 목표에 비해서는 가격이 낮다고 생각해주셨으면 해요.

출자금이 비싼지 싼지도 중요하지만 저는 출자금을 냄으로써 민달팽이 유니온이나 주택협동조합이 추구하는 목표와 가치에 대해서 최소한의 동의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출자금이 민달팽이 문제의식에 공감을 하는 안전장치의 역할을 하는 거죠.“

 

 

그렇다면 조합원이 많아야 협동조합의 목표를 이룰 가능성이 더 높아지잖아요. 따로 홍보도 하고 있나요?

 

홍보를 하긴 하죠. 민달팽이 유니온은 대외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기도 하고. 하지만 협동조합이라는 게 단순히 가입하는 것뿐만 아니라 취지에 공감을 하고 단체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 지에 대한 공감이 없으면 가입만이 큰 의미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관심을 가지고 연락을 주시면 1:1로 설명을 드리거나 아니면 조합원이 지인들에게 소개를 해준다거나 해서 조합원을 늘리고 있어요. 대대적으로 공개모집을 한다고 해도 사실 감당이 안 되죠. 취지나 단체의 성격을 조합원들이 다 이해를 하셔야 하는데. 협동조합은 교육이 없으면 사실상 의미가 없는 거잖아요. 교육 없이 잘 굴러가는 주식회사나 기업이 이미 있는데, 공감이 없이 교육이 없이 존재하는 협동조합은 조합으로서의 의미가 없는 거죠.”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나요?

 

 

유니온을 하기 전에 총학생회에서 주거문제를 이야기 했을 때는 사람들 반응이 안 좋았어요. 왜 총학생회가 지방에서 온 사람들만 신경 쓰냐. 그런 사업을 하면 서울에 집이 없는 사람만 혜택을 보는 게 아니냐. 그런데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죠. 청년들이 시대마다 이루어야 하는 생애의 과업이 우리사회에는 암묵적으로 정해져 있잖아요.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그런데 이런 과정에서 핵심적으로 주거문제가 대두되잖아요. 지방이나 대도시나 마찬가지고. 그런 주거문제에 대해서 의식을 갖기 시작하는 과정에 민달팽이 유니온도 역할을 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주거 관련해서 가장 큰 문제는 세입자의 입장에서 세입자를 대변해주는 단체나 정당이 없다는 거죠. 정책만 봐도 집과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모든 정책이 집중되어 있어요. 왜냐하면 세입자들은 집이 없어서 떠돌면서 자기가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주인의식이 많이 부족해요. 또 지역에 집이나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네트워크가 잘 형성되어 있는데 세입자들은 자꾸 옮겨 다녀야 하니까 네트워크 형성에도 어려움이 따르죠. 정치인들은 지역에서 형성되어 있는 네트워크에 따라 표계산을 하는 면이 있으니까 당연히 집주인들의 입장만 대변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저희는 세입자들이 자기가 딛고 있는 땅에 대해서 자신이 이 지역의 주민이라고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각 지역마다 세입자 상담센터를 만든다든가 세입자 네트워크를 주도적으로 형성하는 단체가 필요한 거죠. 그래서 저희도 올해부터 세입자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고, 또 세입자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청년 주거상담사 교육과정도 매년 하려고 하고 있어요.

어른들은 우리가 집세나 다른 생활비 때문에 힘들게 살면 젊을 때는 다 그렇게 사는 거라고 말씀을 하시지만 그 분들이 청년이었을 때는 7~80년대잖아요. 제 이야기는 그 때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을 비교를 해보자는 거죠. 실질적인 의식주 문제가 더 악화된 계층은 사실상 청년들밖에 없어요. 그래서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도 생기는 거죠.

그래서 공동임대주택을 하고 사회적 집짓기를 추구하면서 주거에서 비영리 영역이 조금씩 조금씩 확산되는 과정을 민달팽이가 먼저 시작하고 싶어요. 집을 이윤추구의 목적으로 사고파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러면서 집값도 올라가고. 이게 1~2년 만에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도 하지 않아요. 몇 십 년, 몇 백 년 걸릴 수도 있죠. 정리하자면 집을 영리목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느는 게 저희의 목표죠.“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 창립대회

 

 

내 두 발 뻗고 잘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매일매일 감사하지만, 조금만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달팽이 활동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그들이 가진 문제의식을 사람들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또한 한 학교의 총학생회에서 시작한 문제의식이 지속적인 활동으로 꾸준히 이어져나가고 있는 것을 보며 대학생들의, 청년들의 역할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주택협동조합은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만나겠지만 민달팽이의 행보에 기대를 해본다.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의식주는 영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으며, 특히 어디서 생활하든 꼭 필요한 집은 더더욱 그렇다는 민달팽이의 생각. 한 번이라도 세입자 입장이 되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듯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주택협동조합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이 가진 가치를 공유하며 함께 참여하기를 바란다.

 

곽진경/ 바람저널리스트 (baram.asia/baramyes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