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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유] ‘미운 3살’ 우리 아이, ‘작은 사람’으로 존중해요

by 불꽃왕꿈틀이 2022. 1. 16.
 
한 엄마가 거리에서 떼를 쓰며 가지 않으려는 아이의 손을 억지로 잡아끌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3~5세, 의존성·독립성 모두 가져

ㆍ떼쓴다고 윽박지르면 소통 안돼

ㆍ논리적·지속적 ‘타협’ 시도해야

3세, 6세 형제를 둔 학부모 김윤지씨(가명)는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맞벌이 부부라 평소 아이들과 제대로 놀아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에 주말이면 항상 시내에 나가 외식을 하거나 박물관, 동물원, 공원 등에 놀러 나가지만 아이들이 떼라도 쓰면 아무것도 못하고 집으로 되돌아와야 할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에도 가족끼리 패밀리 레스토랑에 갔다가 둘째 아이가 당근과 감자를 먹기 싫다고 떼를 쓰며 30분이나 울어대는 통에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부리나케 귀가해야 했다.

김씨는 “옛말에 ‘미운 일곱 살’이란 말도 있지만, 아이를 키워보니 ‘미운 세 살’ 같다. 첫째 아이 때는 좀 덜했는데 애가 부쩍 ‘싫어’라며 떼를 쓰는 일이 잦아졌다”며 “평소 많은 시간을 함께할 수 없어 놀러가고 싶은데, 요새는 아예 ‘아이 출입 금지’인 식당도 생겼다. 이래저래 이 나이대의 부모들은 나가면 아이 등쌀에, 주위 시선에 이중으로 힘들다”고 토로했다.

3~5세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모들 가운데는 김씨처럼 급작스럽게 떼를 쓰는 일이 많아진 아이 때문에 곤혹스러움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특히 맞벌이 부부는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주말에 아이로부터 받는 스트레스 등이 겹치다보니 육아 자체에 부담을 느끼고 아이와의 교감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3~5세 아이를 둔 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서울대 부모교육>의 공동저자인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이순형 교수(서울대 어린이보육지원센터장)는 “3~5세 아이들의 특징은 ‘의존성’과 ‘독립성’을 동시에 갖는다는 점”이라며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이 아닌 ‘작은 사람’으로 인정하고 교감하는 것이 아이와 관계 맺는 올바른 방법”이라고 한다. 이순형 교수와 서경대 원격교육원 김유미 강사에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3~5세 아이들과 잘 지내는 법을 알아봤다.

 3~5세는 생애 최초로 자아의식이 강해지는 시기

아주 갓난아이일 때는 걷기도 제대로 못해 모든 것을 부모에게 의지해야 했지만, 3~5세에는 점차 몸이 성장하면서 자아의식이 강해져간다. 부모로부터 독립하려 하고 “싫어” “안돼”라는 식으로 부모의 요구, 말에 대해 부정적인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무언가를 부모가 먹으라고 줘도 “야채 싫어” “밥 싫어” 이런 식으로 자기 의식을 드러낸다.

동시에 의존성도 강하다. 아직 신체적인 발달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부모에게 상당 부분을 의존해야 한다. 또한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확인하기 위해 과하게 의존성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 대소변도 제대로 못 가리는 아이가 자기 의사를 드러내면서 원하는 장소만 가고 맘에 드는 옷만 입겠다고 하다보니 실랑이를 많이 하게 돼 피곤해진다.

하지만 아이들이 “싫어”라고 하는 말의 속뜻은 “나는 독립적인 존재예요. 엄마 아빠도 (내가 독립적인 존재라는 것을) 인정해 주세요”라는 의미다. 자아의식의 성장, 정상적인 사회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이런 ‘부정’은 긍정적인 일면이 있다.

즉 아이가 과하게 떼를 쓰며 의존적인 태도를 보일 땐 ‘아이가 관심이 필요하구나’라고 이해해 애정을 쏟아주고, 아이가 사사건건 부정을 할 땐 ‘아이가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구나’라고 아이의 속뜻을 짚어 아이의 욕구를 존중하며 컨트롤해줄 수 있어야 한다.

■ 아이를 ‘소유물’이 아닌 ‘타협’의 대상으로 보라

아이에게 ‘규칙’과 ‘의무’를 가르쳐야 한다. 어디든지 규칙이 있고 자기가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아이의 눈높이에서 논리적으로, 지속적으로 알려주는 것이다. 3~5세 아이들은 부모가 보기엔 어리고 아무것도 모를 것 같지만, 어른들이 하는 말을 옆에서 듣고 핵심만 추려 이야기를 전달할 정도로 기본적인 논리적 사고는 발달한 상태다.

한 예로 아이가 밥을 먹기 싫어할 경우, 아이가 좋아하는 움직이는 장난감을 손에 들고 “이것 봐, 네가 좋아하는 장난감도 건전지를 빼면 안 움직이지? 밥도 건전지와 똑같은 거야. 네가 밥을 안 먹으면 힘이 없어 못 움직이게 된단다”고 하면, 아이가 의외로 쉽게 수긍하고 밥을 먹는다. 밥을 먹는 행동에 대한 ‘내재적 동기’를 얻게 되는 것이다.

다만 아이의 눈높이에서 몇 번이고 쉬운 말로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은 고된 일이다.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편의대로 아이를 대하기 때문에 “밥 먹어, 왜 안 먹어? 혼날래?” 이런 식으로 어른의 눈높이에서 윽박지르는 방향으로 가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아이와 대화도 되지 않고 아이는 떼만 더 쓰게 된다.

■ 육아 강박증 갖지 말라

요즘 시중에 나오는 육아서적의 주된 관점은 ‘자식을 어떻게 대할까’ ‘어떻게 해야 좋은 부모가 될까’이다. ‘어떻게 해야 내가 행복한 부모가 될까’ ‘어떻게 해야 나도 자녀도 행복해질까’라는 질문에 대한 메시지를 주는 책은 별로 없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스펙의 부모가 될까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요새 부모들은 바쁘고 전문적인 육아지식이 많지만 정작 아이들과 소통은 제대로 안 하는 경우가 많다. 인터넷의 한 육아정보 게시판에 “책에는 아이 열이 39도일 때 해열제를 먹이라고 나왔는데, 지금 아이가 38.5도인데 해열제를 먹여야 할까요”라는 질문까지 올라온다. 이런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까지 신경을 쓰다보면 스트레스 받아 ‘엄마 역할’ 못한다.

일단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에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육아면 된다. 정서적 안정감은 같이 있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짧은 시간을 같이 있어도 질적으로 교감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상담, 강의에서 맞벌이를 하는 엄마와 관계가 안 좋은 아이들의 사례를 많이 접한다. 부모와 자녀 관계를 일반적인 인간관계와 똑같이 본다면, 엄마는 아이를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고 아이도 저항하고 떼를 쓰면서 엄마를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다. 적응기간에는 엄마가 아이를 파악하고 궁합을 맞춰갈 수 있는 여유를 갖고 대처해야 한다.

■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육아 한다

아이 때문에 너무 화가 나서 혼내고 싶을 때, 잠시만 내 아이가 아니고 조카나 친구의 자녀라고 생각해보라. 보통 아이가 떼를 쓰거나 짜증을 부릴 때 부모들은 아이를 자신의 ‘소유물’ ‘불완전한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곧장 아이를 윽박지르게 된다. 만약 자신의 아이가 아닌 남의 아이라도 그렇게 할 것인가. 최대한 아이의 의사를 존중하고 한번 더 참지 않을까.

또한 ‘행복한 아이’를 만들기 전에 ‘행복한 부모’가 되어야 한다. 자녀에게 짜증이 날 때는 그것의 원인이 자녀가 아닌 부부관계, 직장생활, 사회적 고립감 등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행복한 엄마가 행복한 육아도 할 수 있다.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