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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공유]대학생 전세임대 당첨돼도 '애간장 로또'

by 불꽃왕꿈틀이 2022. 1. 22.

 대학생 주거난 심각

대학가 전세 매물 사실상 실종

거주할 집 구하기가 '별따기'

50㎡이하 등 조건도 까다로워

학생들 "보름이나 헤맸는데 허탕"

"월세 지원 등 제도 개선" 목소리



19일 오후 경기 성남시 수정구 가천대학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사무소 앞. 이 학교 4학년인 최모(25ㆍ여)씨는 전세매물 현황판을 살피느라 분주했다. 최씨는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1순위 입주대상자로 선정됐다. 매달 45만원의 월세를 살고 있던 차에, 최대 7,500만원의 전세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돼 기뻐했던 것도 잠시. 최씨는 취업준비도 내팽개친 채 벌써 일주일째 전셋집을 찾고 있다. 그는 “학교 근처에는 전세가 거의 없어 개강 전까지 방을 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이날 방문한 중개업소 6곳과 전화 연락한 10곳 모두에서 “조건에 맞는 집이 없다”는 답을 들어야 했다.

신학기를 앞두고 정부가 이례적으로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대상자 1,000명을 추가 모집했다. 올 가을 최악의 전세대란이 예상되자 대학생들조차 심각한 주거난에 빠질 것을 우려해 대상을 늘린 것이다. 하지만 막상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첨된 대학생들은 “허울뿐인 제도”라고 비판한다.

2011년부터 대학생 주거난 해소를 위해 시행된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은 기숙사 비용 수준의 연 2~3% 이자(월 7만~18만원)만 부담하면 정부가 전세 보증금을 최대 7,500만원까지 빌려주는 제도. 경쟁률이 치열해 지방 학생들 사이에선 ‘로또’로 통한다. 문제는 입주대상자로 선정된 학생들이 직접 거주할 전셋집을 구해와야 하는데 대학가 주변에서는 전세 매물을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연세대에 재학중인 조모(27)씨 역시 서울지역에서 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번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보름 동안 80곳 넘는 중개업소를 찾았음에도 집을 구하지 못했다. 조씨는 “대부분 보증금과 월세를 함께 내야 하는 반전세를 요구했고, 어렵게 찾은 전세는 터무니없이 높은 보증금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반전세로 집을 구하게 되는 경우 LH는 보증금만 부담하고 월세는 학생이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어렵게 전셋집을 구하더라도 LH의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등기부등본상 전용면적이 50㎡ 이하여야 하고, 해당 주택의 부채비율(집 값에서 근저당과 보증금 등을 합산한 금액 비율)이 90%를 넘지 않아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상가를 개조해 만든 원룸의 경우에도 주거용이 아닌 근린생활시설인 탓에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통상 당첨자 가운데 실제 계약이 성사되는 경우는 60% 정도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런 문제점은 4년 전인 2011년 10월 시범사업을 시행할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당시에도 전세임대주택 1,000호를 공급하려 했지만 계약에 성공한 사례는 107건에 그쳤다. 학생들이 고른 주택이 기준에 못 미쳐 대거 계약 포기자가 나왔기 때문이다. 저금리가 고착화되면서 갈수록 매력도 떨어지고 있다. 소득순위에 따라 1~3순위로 나눠지는데, 3순위(일반 대학생)가 7,500만원을 지원받는 경우 LH에 내는 입주보증금 200만원에 월 임대료를 매달 18만2,500원을 내야 한다. 적용되는 금리가 3%로 시중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와 큰 차이가 없다.

전문가들은 환경 변화에 따라 제도도 대폭 손질돼야 한다고 말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직접 전세 주택을 매입하거나, 월세를 지원하는 식의 새로운 방안으로 대대적인 개편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여선애 인턴기자(서강대 프랑스문화4년)
대학생 주거난 해소를 위해 시행된 대학생 전세임대주택 제도가 경쟁률이 치열한데다가 입주대상자로 선정된 학생들이 직접 거주할 전셋집을 구해와야 하는 등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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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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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에도 심각했던 전세문제....